처음에는 이 거리감이 낯설었다. 우리 팀에 유독 그런 사람들이 많기도 하지만, 회사도 전반적으로 그런 편이었다. 2년 전 처음 이직을 하고 나서 들었던 말이 "적응하기 힘들 수도 있다"는 얘기였다. 내가 아니라 이 조직이 원래 좀 그렇다는 얘기.
한 두 달이 지나고 나서 무슨 말인지 알게 되었다. 뭐랄까 다른 조직과 다르게, 뭔지 모를 거리감 같은 게 느껴졌다. 응당 회사라 함은 '우리는 하나!'같은 강한 소속감을 요구한다거나, 가족은 아니지만 가족처럼 과거의 연애사와 앞으로의 결혼 계획 등을 점심시간에 순두부찌개를 먹으며 물어보는 곳이 아니었나. 그런데 이 회사에서는 '굳이?' 묻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나 역시 굳이, 숨긴 것은 아니었으나 2년이나 만났던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이 과거형이 되어버린 뒤에야 팀에 알려지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며 말하고 싶지 않을 때는 말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편해졌다. 구질구질한 연애사라든가, 불효녀라는 사실을 커밍아웃해야하는 가족사라든가, 조용히 즐기고 싶은 나만의 취향이라든가. 남들의 시선과 입방아가 부담스러운 나의 사적인 영역들 말이다.
원하든 원치 않든 늘 어떤 조직에 있으면서 관계에서는 가까운 거리가 미덕이며, 마음을 여는 것이 좋은 자세라고 요구 받았다. "넌 다른 사람한테 마음을 잘 열지 못하는 것 같아. 마음을 더 열어봐" 같은 말들.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난 다 열었는데? 여기서 얼마나 더 열라는 것인지. 오랫동안 그런 게 미덕인 줄로만 알고 좋은 자세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더 활짝 열지 못하는 내 자신을 탓하기도 했다. 그게 어떻게 하는 건 줄도 모르면서.
"브리는 이 정도 거리를 편안하게 느끼는 사람인 것 같아"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충격이었다. 마음을 못 여는 게 아니라요? 나는 이 정도의 거리감이 편안한 사람이었구나. 내 모습 그대로를 존중받는 느낌이었다.
시간이 지나며 말하고 싶은 것은 말해도 된다는 게 편해지고 있다. 나의 구질구질한 구석들도. '이런 얘길 해도 되나?'하는 고민이 좀 줄어들었다. 전에는 거리감이 있다고 하면 그 거리는 싫거나 불편한 감정과 비례한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그 거리가 내가 자유롭고 안전할 수 있는 거리로 느껴진다.
내가 편안하게 느끼는 거리를 찾아보려고 한다. 일단은 띄엄띄엄 떨어진 채로. 다가가도 가보았다가, 멀어져 보기도 했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