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음악 없이 고요한 집에서 술잔이 비면 술을 채웠다가, 채워지면 또 마셨다가 그렇게 한해 지도를 완성해 나갔다. 포스터 중앙에 월별 이슈를 키워드로 적어내는 부분에서 시간을 가장 많이 썼는데, 적고 나니 워크샵이니 회식이니 온갖 모임들 (이름을 한 술자리) 투성이었다. 역시, 2023년도 퍽 잘 살았던 것이다. 어느 해부터인가 일기를 잘 적지 않게 되었는데 돌아보고 나니 무수했던 술자리들이 내 하루의 일기였나 싶기도 하다. 게을러서 기록하지 않은 줄 알았건만. 이렇게 또 새해 의식 덕에 한 해를 잘 포장해 본다.
문득 작년의 다짐을 떠올린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숙취에 시달리던 재작년 연말, 새해를 맞이하며 나는 2023년의 다짐을 세웠다. 건강하게 술을 마시겠다고. 그렇게 생에 처음으로 시작한 운동은 작년에 가장 잘한 일로 꼽혀 지도에서 ‘큰 해냄’에 자리 잡게 되었다. 술을 줄이라는 트레이너 선생님의 잔소리가 가끔, 아주 가끔 술자리에서도 메아리치는 것 같긴 했으나 높아진 기초대사량 덕에 더 자주, 그리고 더 많이 술을 마실 수 있었다. 비록 새로운 술집을 충분히 도전하지 못했고, 새로운 사람들과의 술자리도 많이 가지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남았지만 2024년에도 이어질 무수한 술자리들에 기대를 걸어보기로 한다. 이것이 바로 새해를 맞이하는 애주가의 다짐.
벌써 2주가 훌쩍 흘렀다. 아직 한 해를 마무리하지 못했다거나 새로운 계획을 세우지 못했더라도 혹은 그 다짐이 벌써 무너졌다 하더라도 실망하지 않도록 하자. 우리에겐 2월에 있을 설에 또 다른 기회가 주어지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