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은 ‘iPhone이 아니라는 건 iPhone이 아니라는 것.’ 이라는 단 한 줄의 명료한 메시지로 단순히 디바이스로서의 도구가 아니라 어떤 사람이 사용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사용자 경험(Brand Experience)을 제공하는 애플의 신념과 철학을 전한다. 스마트폰이라는 빈 공간에 업(業)의 존재 이유를 녹인 셈이다.
#신영복 선생님의 옥중 편지
故 신영복 선생님이 옥살이를 할 때 사랑하는 아내에게 쓴 편지 말미에 이런 문장을 덧붙였다.
“오늘은 시간이 없어서 편지가 길어졌습니다.”
흔히 시간이 없으면 더 짧아야 하는 게 상식적인 표현이 아닌가라고 생각하겠지만 신영복 선생님은 한번 쓴 글을 계속 들여다보면서 군더더기를 없애고 가장 직관적인 표현으로 다듬는 작업을 하셨던 것이다. 그마저 시간이 허락되지 않아서 장황한 날것 그대로의 편지를 아내에게 보낸 것이다.
영상 편집자와 일을 많이 하는 편인데 가장 인상 깊었던 말이 하나 있다. “편집은 더하는 것이 아니라 덜어내는 빼기 작업입니다.” 덜어내고 덜어내서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를 담은 영상을 만드는 것이 편집자의 책무라는 것이다. 잘 만들려는 생각, 이름을 떨치고 싶은 욕구가 과하면 덕지덕지 손아귀에 움켜진 욕심을 내려놓는 것이 가장 힘든 법이다.
#Distance - 끝이자 새로운 시작
하나의 조직에서 몸담은 지 10년이 되었다. 인생으로 따지자면 1/4에 해당되는 시간이며 강산이 변한다는 10년 동안 참 억척스럽게 일했다. 새로운 도전, 다음 챕터를 넘기기 위해서 떠난다. 이렇게 마음 맞는 Distance 필진 멤버들과 다시 일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두렵고 아쉽지만 Distance 뉴스레터의 객원 필진으로 참여해서 이렇게라도 인연의 끈을 이어 나간다. 끝이자 일종의 시작이라고나 할까.
이번 글은 Distance 필진 중 한 명의 땜질이지만 연재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음 글에서는 진짜 적절한 거리감(객원 필진)을 두고 나의 공간 이야기를 풀어내 보고 싶다.
그러려면 이번 뉴스레터의 반응과 인기가 높아야 한다. 부디 이 글을 읽어내려가는 사람들은 주변에 딱 한 명만 뉴스레터 구독을 할 수 있게끔 다리를 놔 주시길 간절히 바란다. 다음 순서에도 꼭 철학이라는 공간에 대해서 연재를 이어갈 수 있게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