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결혼식이 있는 주말 아침이었다. 이발소 여행을 다니는 것이 무색하게 평소에는 모자를 주로 쓰고 다니지만 예의를 차리기 위해 이발소를 찾았다. 그러고 보니 친구 결혼식 2주 후에 있었던 직장 동료의 결혼식에는 모자를 쓰고 갔다. 이 자리를 빌어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그래도 챙이 있는 모자는 아니었다 진우야.
이번에 방문한 이발소는 제목처럼 집 공동현관을 나가 50미터 정도만 걸어가면 나온다. 빌라 사는 사람들의 특권이다. 이름은 쌍둥이이발샵. (트윈스 바버샵이 아닌)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곳은 경력이 꽤 긴 이발사가 있다. 정기 휴무일이 목요일인 것만 확인해 두고, 예약도 오픈시간도 확인하지 않은 채 일요일 아침 10시에 찾아갔다. 동네 이발소니까. 믿음대로 문은 열려 있었고 이발 중인 손님이 한 명, 대기 손님은 없었다.
그는 내가 온 것을 확인하더니 금세 이발에 다시 집중했고, 나는 알아서 살이 튼 갈색 가죽 소파에 앉았다. 그의 말 없는 접객이 좋았다. 젊은 매장들처럼 예약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이발소에 이발하러 왔을 테니 굳이 말을 건넬 필요도 없을 터였다.
작은 TV를 통해 뉴스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내 앞 손님은 마음에 안 드는 소식이 나올 때마다 이발사에게 불만을 털어놨지만, 그는 동조인지 반대인지 알 수 없는 미적지근한 반응만 하고 이발을 계속했다.
반쪽짜리 수다는 곧 끝이 났고 내 이발 차례가 왔다.
“짧게 해요?”
짧은 질문이 왔다. 나도 박력 있게 “네!”라고 답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 머리도 박력 있어질 것 같아 원하는 모양을 설명했다. 그는 쓱쓱 빗질을 하며 내 머리를 보더니 미용실에서 잘라오면 남자 머리에 맞지 않는 층을 넣어 잘라온다며 투덜댔다. 나는 최근 미용실을 간 적이 없지만 ‘요즘’ 스타일을 말하는 것일까 생각하고 그러려니 했다. 대신 “그럼 젊은 사람들도 종종 오는 거냐”는 질문을 던졌고, 그는 “뜨내기들은 잘 없고 스타일 맞아 오래 오는 사람들이 있다”는 대답을 했다. 그에게 난 미용실을 다녀온 뜨내기였다.
뜨내기의 이발이 끝나갈 때쯤 단골로 보이는 손님 한 명이 차가워진 아침 바람과 함께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는 혼잣말을 하며 화초들의 건강을 살피더니 전기포트에 물을 데워 믹스커피를 타기 시작했다. 물론 이발사는 대꾸하지 않았다.
'맛있겠다.'
문 옆에 떡 하니 있는 전기포트를 보지 못한 뜨내기는 속으로 아쉬워했다. 하지만 지금 타서 마셔봤자 몸에 감긴 찬바람의 기운과 함께 마시는 그 맛이 아닐 테니 굳이 마시지는 않았다. 몇 명 안 되는 사람들로도 이발소는 복작복작해졌고, 마치 마을회관에 있는 느낌이 들었다. 시간 약속 없이 드나들고 믹스커피를 마시며 수다나 떠는 그런 곳 말이다. 이발은 이발사의 경력의 걸맞게 15분도 안되어 끝이 났지만, 그들의 느슨하고 엉성한 대화를 들으며 느낀 편안함은 꽤 오래 기억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