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이미 만들어지기 시작한 후 제작 팀에 합류한 파월스 작가는 인터뷰를 통해 ‘조’라는 캐릭터를 더욱 현실성 있고 사실적인 캐릭터로 만들고 싶어했다. 무엇보다도 주인공이 더욱 흑인 같아 보이길 원했고, 그래서 기존에 없었던 바버샵 장면을 회의와 논쟁을 거쳐 추가하게 된다. 그리고 그 이유는 흑인 커뮤니티에서 가장 ‘흑인스러운’ 공간은 바버샵이기 때문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이 이야기를 하며 인터뷰 장소는 픽사 스튜디오에서 작가가 10년 째 다니고 있는 바버샵으로 옮겨간다. 그는 본인의 이발사를 가족을 제외하고 가장 오랫동안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사람 중 하나라 표현한다. 그리고 바버샵은 개개인이 어떤 직업을 갖고 있든 모두 동일하게 인정받고 존중받는 커뮤니티의 중심이라 정의한다. 개인에게나 공동체에게나 이토록 중요한 공간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의 바버샵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게 느껴졌다. 물론 그 애정은 비단 작가 개인만이 아닌 커뮤니티 전체가 갖고 있는 것 같다.
바버샵이 미국에서 흑인 커뮤니티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는 스미스소니언 재단의 국립흑인역사문화박물관(NMAAHC)에서도 설명하고 있다. 박물관 웹사이트에는 미국 내 흑인 역사와 문화와 관련한 정말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는데 이 중 “이발소와 미용실의 커뮤니티 역할 (The Community Roles of the Barber Shop and Beauty Salon)”이라는 제목의 아티클이 있다. 긴 글은 아니지만 흑인 커뮤니티에게 바버샵은 단지 머리를 깎으러 가는 곳이 아닌 ‘본인의 솔직한 이야기를 하러 가는 곳’, ‘지역사회의 중요한 대소사를 나누러 가는 곳’이라 설명한다. 어떤 학자들은 바버샵을 흑인 커뮤니티의 ‘안식처’로 인용하기도 한다고 쓰여있다.
‘안식처’라는 표현은 흑인 커뮤니티가 겪어온 쉽지 않은 역사에서 비롯된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백년간 분리와 차별이라는 환경 속에서 바버샵은 동질감과 유대감을 선사하는 신성한 장소였을지도 모른다. 이제 그들이 찾던 안식처는 하나의 공고한 문화가 되어 캐릭터들의 솔직함을 털어 놓게 하는 영화의 중요한 소재가 되었다.
소울의 주인공 조 가드너는 픽사에서 만든 첫 번째 흑인 주인공 캐릭터라고 한다. 파월스 작가가 조에게 ‘흑인다움’을 조금이라도 더 채우고 싶었던 마음이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그냥 때되면 하는 이발이 누군가에게는 한 달간 아껴둔 소중한 일상일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