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먼 옛날 티브이는
바보상자라고 불렸다.
초중고 시절 학교가 끝나면
집에 와서 바보상자를 켰고 공중파가 순서대로 틀어주는
만화, 예능, 드라마들을 넋을 놓고 멍 때리고
입 벌리면서 챙겨보았다.
딱히 뭘 봐야겠다는 생각보다는
티브이는 항상 틀어져 있었고
뭔가 당연히 봐야 하는 느낌이 들었다.
티브이에서 해주는 방송들을 봐야만
다음날 친구들하고 대화가 가능했고 만약에 못 보고 간다면
무한 스포를 당했다.
그래서 공중파가 말아주는 프로그램들을
계속보다가 12시가 지나면
재미없는 다큐 같은 걸 해줬고 그것마저 끝나고 애국가가 흘러나오면
방에 들어가서 잠을 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