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다이빙을 뛰고 이후 1m에서부터 3m까지 크고 작은 다이빙을 뛰었다. 그래도 한 번 뛰고 나니 조금씩 높이를 높여나가는 건 꽤 뛸 만했다. 그렇게 코스 중반쯤 갔을까? “Five meter!” 가이드가 손가락을 쫙 펼쳐 보였다. 앞 쪽에서 사람들이 내지른 소리가 꽤나 길게 들렸던 게 메아리 때문이 아니었다. 전에는 ‘아!!!’ 였다면 이번엔 ‘아아 아~~~악!’ 였다.
아까 한 말은 취소한다. 꽤 뛸 만 하긴 무슨. 바위 위에 서자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왔다. “Run! Run!” 내 맘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가이드는 이 스팟에서는 달려와서 뛰어내려야 제대로 즐기는 것이라 했다. 앉아서 뛰어도 무서울 것 같은데 달려와서 뛰라니. 그런데 웬걸. 앞사람들은 줄줄이 후다닥 뛰어가더니 더 높이 점프한 다음 멋지게 다이빙했다. 어떤 사람들은 공중에서 가부좌를 틀기도 했다. 심지어 공중제비를 도는 사람도 있었다. 하아. 왜 그러는 거야 정말!
내가 주저주저하고 있자 이번엔 동생이 먼저 뛴다고 했다. 그래도 언니라고 여태까지는 계속 내가 먼저 뛰었었는데. 믿었던 동생마저 달려가 한 번에 뛰어내렸다. 김막둥 너마저! 이번엔 내 차례. 더 이상 피할 수 없었다. 먼저 뛰어내린 사람들은 계곡 아래에서 물 위에 둥둥 뜬 채로 내 쪽을 바라보며 파이팅을 외쳤다. 아니 그러지 말라고요. 응원까지 받고 나니 이번에 정말 뛰어내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다다다다닥! ‘뛰어내리자’ 맘먹고 확 내달렸다. 그렇지만 나는 농구로 단련된 몸. 내 발목은 빠르게 멈출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바위 끝에 다다르자 그동안 키워 온 피봇팅 실력이 발휘되며(코치님 보고 계신가요) 발목이 제 멋대로 방향을 꺾었다. 3m까지는 어지저찌 뛰어내렸는데, 5m는 발아래로 보이는 풍경이 너무나도 달랐다. 뒷걸음질 쳐 한 발짝 물러나 다른 길로 우회해서 내려갈 수 있는지 주변을 살폈다.
그런데 또다시 바위 아래서 사람들의 외침이 들려왔다. “할 수 있어요!” 아까보다 응원 소리가 더 거세졌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리우 올림픽의 펜싱 박상영 선수처럼 응원 소리를 따라 읊조리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렇게 풍덩! 잠시 공중에 떠 있던 찰나의 순간. 그 시간이 꽤나 길게 느껴졌다. 누군가는 그 순간이 마치 하늘을 나는 것 같다던데. 나는 추락하는 것 같았다. 역시 쫄보다. 그 순간을 떠올려보면 공중에서 잠깐 눈을 뜨고 봤던 계곡의 풍경이 흔들린 사진처럼 남아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