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자본이 모이는 EPL
토트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체스터 시티, 리버풀, 첼시, 아스날 등 해외축구를 좋아하지 않는 이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축구클럽들이다. 특히 우리나라 선수들의 걸출한 활약으로 EPL은 이미 우리에게 거리감이 없는 스포츠 대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세계 최고의 축구 리그라 불리며, 약 210개국에서 시청하는 EPL은 그 명성에 걸맞게 세계의 자본이 모이는 대회로 단연 손꼽힌다. 소위 정상급 클럽들이 한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이적료로 지불하는 금액은 한화로 1,000억이 넘는 사례는 이제 일반적이기까지 하다. 그렇게 매년 EPL의 주축 팀들은 거금을 드려 팀 전력을 강화한다.
EPL 속 작은 여우군단
물론 그렇지 않은 팀도 있다. 바로 오늘 이야기할 2015-16 시즌의 레스터시티가 그 주인공이다. 약 40만 명이 모여 사는 작은 도시인 레스터를 연고로 두는 레스터시티의 15-16 시즌의 시작은, 초원에서 맹수의 추격 끝에 가까스로 생존한 여우와도 같았다. 직전 시즌 힘겹게 EPL강등권(18~20위)을 탈출한 여우군단에게는 어느샌가 1부리그(EPL) 생존이 가장 중요하면서도 현실적인 목표가 되어있는 것처럼 보였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 EPL에서 하위 수준의 경제 규모를 유지하고 있던 레스터시티의 당시 주전 선수 11명의 이적료 총합은 약 420억 원이었다. 같은 시즌 토트넘으로 입단한 손흥민 선수의 이적료가 약 400억 원, 직전 시즌 우승팀인 첼시 선수들의 이적료가 4,000억 원 수준인 것에 비하면 매우 초라한 수준이었다.
1/5,000의 확률
선수들의 기량이 곧 전력인 축구. 당연히 15-16 시즌 레스터시티의 우승 확률은 1/5,000로 평가받았다. 0.02%, 수치로 표현하는 것보다 ‘불가능’이라는 표현으로 답하는 것이 어쩌면 보다 덜 잔인한 방법이라고 느껴질 정도였다. EPL을 수차례 우승하는 맨체스터를 연고로 하는 두 팀, 첼시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치였다. 영국 방송사 BBC는 레스터시티의 EPL 최종 순위를 20위 팀 중 19위, 강등권 순위로 예상하며 막 살아 돌아온 여우를 다시 지옥 같은 초원으로 돌려보내는 것처럼 보였다.
반전을 준비하는 작은 영웅들
그래도 레스터시티에게 실날같은 희망은 있었다. 그간 빅클럽들에서 여러번 감독직을 수행한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이 부임하며, 새로운 도약을 위한 팀 리빌딩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그 중심 선수들에는, 생계를 위해 치료용 부목을 만드는 공장에서 근무를 하고 근무 시간 외 축구선수로 활동하며 영국 8부리그부터 축구를 시작한 공격수 제이미 바디, 프랑스 빈민가 출신의 미드필더 리야드 마레즈, 프랑스 2부리그에서 이적해온 미드필더 은골로 캉테가 있었다. 누구도 이 트리오의 활약을 시즌 시작 전에는 예상하지 못했다.
(이미지 출처: BBC SPORT) |